성범죄 사건에 있어 초기대응이 중요한 첫번째 이유

저는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다수의 성범죄 사건를 처리하면서 사건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곤란하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형사소송 및 성범죄의 중요한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형사소송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형사소송에서는 증거적 사실만이 중요하지 역사적 사실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드리겠습니다.

2019. 12. 25.에 연인이었던 A군과 B양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강남역 부근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했고 갑의 차에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키스만 하고 헤어진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B양이 A군을 상대로 강간치상 등으로 고소를 하면서 A군이 자신에게 술을 먹인 후 차에서 강제로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고 성관계를 가지려 해서 가까스로 차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황 입니다.

역사적으로 일어난 일은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전혀 범죄행위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B양이 위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하면 과연 A군은 "무혐의"가 될 수 있을까요?

A군은 역사적 사실대로 무혐의가 될 수도 있지만 있었던 일과 다르게 A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소되고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오히려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증거적 사실은 역사적 사실과 달리 갑이 B양의 주장대로 강간을 하려 했다고 볼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A군이 강간을 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A군이 

1. 그 당시 있지도 않았던 목격자를 만들어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증언하게 하거나, 

2.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A군과 B양이 나누었던 카톡 내용을 제출하거나,

3. 차에 있던 블랙박스 촬영물을 가공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출하였으나,

B양은 주장만 할 뿐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면, A군은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할 것입니다.

검사님이나 판사님은 역사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목격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주장에 서로 차이가 있다면 증거적으로 보아 어떤 사실이 보다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간혹 증거에 의해 역사적으로 일어난 일들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은 분명 인식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없다면 ‘왜 사실인데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냐’고 공허한 주장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읽기 전이라도 이 내용대로 조치하신 분이라면 아마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하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함에 있어 유리한 지위를 점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이 한가지 밖에 없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혼자 속앓이만 하시거나 비전문가의 조언에 너무 의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내용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